대선 후보 부인의 언어와 진실의 관계 [미디어공헌, 신훈 칼럼]

칼럼일반 / 신훈 행정학 박사 / 2021-12-17 08:25:19
-"애먼 박사학위자들도 부끄러워해야 하는 형국"
-"‘솔직’은 가장 강력한 언어의 힘"
▲사진=신훈 행정학 박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 의혹과 검증 보도 기류에 ‘뚝방’이 터졌다. 12월 14일, 더팩트의 “황급히 얼굴 가린 김건희” 영상에는 경호원에게 뒷목을 잡혀 도주하는 김건희 씨의 모습이 담겼다. 충격을 받았다. 기자를 피하는 모습이 마치 불법 단속을 피해 도망가는 것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YTN에서는 김건희 씨 이력서상의 한국게임산업협회 허위 경력건을 단독으로 취재해 보도됐다. 김건희 씨는 “김영만 회장 때 일했다”고 하는데, 정작 김영만 씨는 “기억 없어”라고 한다. 이력서에 기재된 2004년 4월부터 2005년 3월까지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재임한 시절이었으나, 김범수 의장 역시 “일했던 기억이 없다”는 보도다.

 

김건희 씨 주장과 복수의 협회 관계자 발언이 맞지 않는다. 허위 경력을 기재해 겸임교수 임용을 위한 서류로 제출한 것이 팩트로 드러났다. 박사 논문 표절, 논문 제목에서 회원 유지(Membership Yuji)라는 오기에 이어 김건희 씨의 부끄러운 속살들이 기사화되고 있다. 국민대학교 동문은 물론, 애먼 박사학위자들도 부끄러워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러다가, 퍼스트레이디를 꿈꾸는 사람의 거짓 인생으로 국민 전체가 욕을 먹을 판이다.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한 김건희 씨의 발언은 더욱 놀랍다. 김건희 씨가 기자에게 나이를 물어, 기자가 70년생이라고 했단다. 이에 김건희 씨는 “그러면 오빠네요. 여동생처럼 대해 주세요”라면서 “제가 청와대 들어가면 가장 먼저 초대해 식사 대접해드릴게요”라고 했다는 내용. 

 

문자와 논리로 포장된 지식인의 가식적인 언어 코드는 아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기자에 대해 ‘오빠’라는 호칭이 왠지 낯설고 거북하다. 고루한 관념을 가진 내 탓이라고 자위해도 대선 후보 부인의 품격 있는 언어 코드로 읽혀지지 않는다.

 

한편 YTN의 경력 위조 보도가 문제로 확산되다 보니 김건희 씨는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했단다.

 

사과로 끝날 사안인지 의문이 든다. YTN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2007년 수원여자대학에 교수 초빙 지원서를 제출하면서 2002년 3월부터 2005년 3월까지 '기획팀'의 '기획이사'로 근무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실제 게임산업협회가 설립된 것은 2004년 4월이다. 또 게임산업협회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게임산업연합회도 2002년 9월에 설립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 이외에도 사실관계에 의구심이 드는 허위이력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사과로 마무리 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오마이 뉴스 기자와의 대화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지식인의 전형적인 심볼리즘 언어가 등장했다. 심볼리즘 언어는 금세 무너져 내릴 수 있다. 가식과 오만함이 잔뜩 묻어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사과한다”라고 말하면 진정성이 있어 보일텐데 말이다. 

 

사람은 대화 상대방의 언어에서 거짓인지, 진정성이 있는지를 수퍼 컴퓨터보다 더 날카롭게 인지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은 가장 강력한 언어의 힘이다. 진실을 감추는 언어의 잘난 기능을 활용하다간 큰 코를 다친다. 사람은 언어를 통해 변명과 위장을 하지만, 사람들은 언어를 통해 화자의 진실, 품성을 짐작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의 부인, 적어도 퍼스트 레이디를 꿈꾸는 자라면 겸손하고 진실성 있는 언어를 통해 국민과 통섭해야 한다. 국민은 진실과 실체를 알고 싶을 뿐이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