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특검, 정치의 도구가 될 수 없다

데일리시론 / 편집국 기자 / 2025-10-12 11:03:12
-국가 제도의 공정성과 인권 보장에 대한 근본적 의문
-권력의 입맛에 맞춘 ‘사람 잡기’였다는 의혹 피하기 어렵다.

△사진=김건희 특검팀 현판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알려졌던 양평군의 한 공무원이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조사 이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은 국민에게 깊은 충격을 안겼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강압 수사와 협박, 허위 진술 강요를 받았다는 자필 메모를 남겼다. 한 사람의 죽음이 단순한 개인의 비극으로 그치지 않고, 국가 제도의 공정성과 인권 보장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불러일으킨 이유다.

 

특검은 원래 권력의 그림자를 비추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야가 합의해 출범한 제도적 장치였고,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완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금 국민 앞에 드러난 것은 정치적 목적에 휘둘린 무리한 수사의 민낯이다. 무려 14시간이 넘는 조사, 새벽까지 이어진 조서 열람, 그리고 변호인에게조차 “하지도 않은 말을 조서에 적었다”는 고인의 절규. 이 과정은 권력 감시가 아니라 권력의 입맛에 맞춘 ‘사람 잡기’였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특검 정치 조작이 빚은 국가적 참사”라며 특검 해체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검찰을 사실상 해체하고 꾸린 이 특검이 결국 정치적 보복과 편향적 수사로 귀결되었다는 비판은 무겁다. 사법 정의를 내세웠던 민주당은 이 죽음을 앞에 두고 어떤 책임을 지려 하는가. 단지 “강압은 없었다”는 특검의 일방적 해명만으로는 국민의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사법은 정치의 연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특검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공정하게 행사하지 못했고, 오히려 권력 다툼의 무기가 되었다. 고인이 남긴 메모는 “특검이 결과를 정해놓고 조사를 진행했다”는 증언과 다르지 않다. 진실이 아니라 ‘목적’을 위해 사람을 몰아붙였다면, 그것은 사법의 이름을 빌린 정치 폭력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가 그간 경고음을 무시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이미 검찰 조직을 해체하면서까지 추진된 민주당 주도의 특검은 “정치적 목적이 앞선 수사”라는 우려를 낳았다. 그 우려가 결국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권력의 견제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견제의 도구가 또 다른 권력의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국민은 누구에게 정의를 기대할 수 있는가.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 특검의 모든 조사 과정과 기록, 녹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되었는지, 허위 진술 강요가 있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책임 소재를 가려내고, 잘못된 수사가 확인된다면 그 누구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사법 정의를 지키는 최소한의 길이다.

 

다가오는 국정감사는 이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대통령실의 논란과 더불어, 이번 사건은 집권 세력의 사법 철학과 정치적 책임을 묻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국정감사가 정쟁의 장으로만 흐른다면 국민적 분노는 더 커질 것이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정치적 유불리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불신을 심화시킬 뿐이다.

 

특검은 국민의 신뢰로 유지되는 제도다. 만약 그 신뢰를 잃는다면, 제도의 존립 근거 자체가 사라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죽음을 불러온 수사 시스템의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진지한 성찰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늘 같은 교훈을 남긴다. 권력이 사법을 도구로 삼을 때, 피해자는 언제나 국민이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은 특검 제도의 본래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 진실 규명 없는 수사, 책임 없는 권한은 국민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길 뿐이다.

 

특검이 정치의 무기에서 다시 국민의 방패로 돌아올 수 있을지, 지금 그 시험대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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