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중 1명 주52시간 시행 후 가장하고 싶은 건 "취미생활"
운동·심리상담·책읽기 등으로 '나만의 삶' 가꾸기
[데일리매거진=이슈팀] IT 업계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공 모(37) 씨는 최근 소소한 즐거움이 생겼다. 피아노다. 오후 6시에 퇴근해 광화문 근처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들러 한두 시간 정도 연습한 뒤 집으로 간다. 얼마 전까지는 엄두도 못 냈던 일이다. 공 씨는 "회사와 집을 반복하는 게 지금까지 일상의 전부였다"며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내 저녁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주52시간제 도입 후 '특별한'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내는 직장인들을 살펴봤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광고 회사에 근무하는 이 모(31) 씨도 역시 최근에 격한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퇴근 후 집 근처에 있는 복싱체육관에 다닌다. 평소 이종격투기 시청이 취미였기 때문에 직접 배워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야근 후에는 녹초가 돼서 배울 엄두도 못 냈는데, 요즘은 적극적으로 배우고 있다"며 "샌드백을 칠 때 스트레소 해소가 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뭘 배우는 것만 하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오롯이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남 모(35) 씨는 마감 후 사흘에 한 번꼴로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심리상담센터다. 남 씨는 "바쁘게 살 때는 몸은 물론이고 마음 돌볼 여유도 없었다"며 "최근에 마감 시간을 조금 당겼고, 남는 시간은 나 자신을 돌보는 데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별일이 없더라도 전문 상담사에게 털어놓으면 마음의 짐 하나를 덜어놓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 모(33) 씨는 금요일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야 밖에 나온다. '빈지 뷰잉'(binge viewing·프로그램 몰아보기)이 취미다. 장 씨는 "보통 20편 정도 되는 드라마를 주말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본다"며 "주말 근무가 잦았던 예전이었다면 생각할 수도 없었던 호사"라고 말했다.

자기 계발에 매진하는 직장인들도 상당하다.
지난 7일 퇴근 무렵의 서울 종각의 한 어학원은 수강 상담을 하려는 직장인으로 붐볐다. 영어 회화 수업을 등록한 직장인 강 모(25) 씨는 "평소에는 생각만 했던 일이었다"며 "회사 특성상 외국인 바이어와 논의할 사안이 종종 있어서 배움의 필요성을 절감해왔다"고 말했다. 강 씨는 "지난해도 수강 등록은 했는데, 야근이나 회식 탓에 결석이 잦았다"며 "이전까지 늘 시간이 모자랐다고 체감했는데 이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학원가에서도 직장인 수강생이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선열 월스트리트 잉글리쉬 종로센터장은 "7월 수강생은 한 달 전보다 23% 증가했고,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74% 늘었다"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직장인 수강생이 주로 몰리는 시간대도 오후 6~7시로 이전보다 한두 시간 정도 당겨진 분위기"라며 "주 52시간이 도입되면서 생긴 변화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마트는 지난달 19일 근무 시간 단축에 맞춰 저녁강좌를 30% 늘렸다.
현대백화점 역시 주52시간제 시행 이후로 20~30대 수강생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연합뉴스-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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