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로 '빈자리'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취약지역인 호남과 영남에서 깃발 꽂기에 나서는가 하면, 한나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의 지역구 등에서도 잰 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최근 장영달 전 의원이 그동안 4선의 기반을 닦아왔던 지역구인 전북 전주를 포기하고 경남 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불모지'였던 영남으로 발길을 옮기는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장 전 의원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아버지의 땅 호남 정치를 마감하고, 어머니의 고향이자 제가 자라난 경남에서 새로운 정치활동을 시작하려 한다"며 경남 함안·합천·의령 지역구 출마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솔직히 경남은 한나라당에겐 아성이요, 야당에겐 불모지와 같은 곳이지만 진보개혁세력이 영남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승리하기 어렵다"며 "경남에서 진보개혁세력의 단일대오를 만드는 데 헌신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장 전 의원의 기자회견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및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 김근태 상임고문, 김태랑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이 함께 참석해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영춘 최고위원도 지난 5월 부산 출마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김 최고위원은 5월 13일 오후 부산시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진갑 출마를 선언하고, 부산이 내년 총선에서 승패를 짓는 최대 전장이 될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기반을 닦아온 부산 영도에서 전 국회의장인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과 맞대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이 부산지역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무려 5번이나 출마해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는 우선 부산에서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 내년에는 민주당이 부산 전 지역에서 경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밖에 경기 군포에서 3선을 지낸 김부겸 의원 역시 고향인 대구에서 출마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잇단 민주당의 '영남 문 두드리기'는 최근 동남권 신공항 및 저축은행 사태 등의 현안으로 인해 영남권 민심이 여당으로부터 크게 멀어져있다는 계산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민주당의 시선이 조금씩 영남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최고위원도 최근 '남부민주벨트론'을 주장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부산·경남지역에서의 약진을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호남 출신의 비례대표 이정현 의원은 민주당 김영진 의원의 현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에 깃발을 꽂고 총선 준비에 한창이다.
이 의원은 거의 매주 광주에 내려가 지역민들과의 만남을 갖고 있으며, '호남예산지킴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호남 챙기기에 열심이다.
"호남지역의 현안 사업을 위해 매년 애걸했음을 고백한다"고 밝히기도 한 그는 지난해 5·18 유족회 등 5·18 민주유공자단체로부터 기념사업 예산을 지켜냈다는 이유로 감사패를 받았다.
한나라당 호남발전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호남 출마 준비에 한창이다. 정 전 장관은 전북 전주, 고창, 익산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6·2지방선거에 출마해 18.2%의 두자릿수 득표율을 얻으며 고배를 마셨으며, 전북 LH(토지주택공사) 유치 실패 당시에는 함거 석고대죄를 하며 전북 지역민들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김대식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정용화씨 등도 호남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4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지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서울 양천갑에 눈독을 들이는 비례대표 의원들도 많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지역 총선 전망이 매우 어두운 편이지만 양천갑은 강남과 맞먹을 정도로 한나라당이 우세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양천갑에는 여성 비례대표 의원인 조윤선, 정옥임, 배은희 의원 등이 주로 거론된다.
특히 양천갑은 민주당의 경우 차영 전 대변인이 출마 의사를 밝히고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해 여성 후보들 간 격돌이 이뤄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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