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 음원 차트 도배.. 대체 왜?

문화일반 / 김태영 / 2011-08-28 13: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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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김태영 기자] 힙합 듀오 리쌍이 지난 25일 발매한 7집 '아수라 발발타'로 음원차트에 '융단 폭격'을 가했다.

모든 차트의 1위를 '올킬'한 것은 물론, 올레뮤직과 벅스에서는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리쌍의 수록곡으로 '도배'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몇시간 정도 지속되다 말 것으로 예상됐던 이 기현상은 이틀 연속 이어져 그 비결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가요계는 리쌍이 '기막힌 타이밍'에 새 앨범을 발표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 여름 계속되는 폭우로 여름 히트곡이 나오지 않은데다, 9월의 대형그룹들의 대거 컴백을 앞두고 8월말 숨고르기를 하던 중 리쌍이 새 앨범을 발표해 '틈새 시장'을 기가 막히게 공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차트에서 리쌍에게 특별한 경쟁상대는 없는 상태이긴 하다. 유일한 힙합 신곡에, 슈퍼주니어를 제외하곤 대형 그룹도 활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 지난 상반기 '음원퀸'으로 떠오른 지나가 '탑 걸'을 발매한 게 유일한 '맞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7집 수록곡을 모두 상위권에 올려놓고, 다른 가수를 단 한 곡도 허용하지 않은 저력은 설명되지 않는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리쌍이 이번에 특별한 경쟁상대가 없기도 했던데다, 리쌍의 음악을 소비하던 앨범 세대가 음원 시장으로 편입되면서, 음원 한 곡만 사는 게 아니라 음반처럼 전 곡을 다 통째로 사지 않았나 예상한다"고 말했다.

즉 앨범 팬층이 음원시장에 유입돼 음원을 CD처럼 구매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 그는 "음원을 하나만 골라 사지 않고 앨범 수록곡을 통째로 사는 팬층이 음원시장에 대거 등장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각 음원을 따로 소비하지 않고, 앨범 전체에 주목하게 된 것은 리쌍의 음악에 담긴 '내러티브'가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 각종 이벤트성 음원들로 몸살을 앓았던 가요계에 첫곡부터 마지막곡까지 자전적인 이야기와 진솔한 가사를 담아낸 리쌍의 음악이 신선할 수밖에 없는 것. 수록곡 구석구석에는 멤버들의 방황과 사랑, 고민 등이 상세하게 담겨있다.

특히 선공개곡이었던 'TV를 껐네..'의 선전이 앨범에 대한 기대를 대폭 높이기도 했다. 'TV를 껐네..'는 재치있는 은유법을 통해 젊은 연인의 성생활을 다룬 곡으로, 기존 노래 가사에서 한발짝 더 나아갔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개리는 "어찌보면 사랑이나 이별 얘기보다 더 흔한 얘기다. 연인끼리 솔직해야 하듯, 노래도 최대한 솔직하게 썼는데 그런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반가워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길도 "기존 인디가수들은 이런 노래를 많이 했다. 이제 우리처럼 알려진 가수들도 이런 노래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심의 신경 안쓰고, 예능하면서 생기게 된 어린 팬들 의식 안하고, 우리 색깔을 지켰다"고 말했다.

'예능'으로 인한 새로운 팬의 유입도 무시할 순 없다. 일각에서는 MBC '무한도전'에 출연 중인 길과 SBS '런닝맨'에 출연 중인 개리가 '예능빨'을 톡톡히 봤다고 폄하하기도 하는 상황. 특히 '런닝맨'을 통해 여성팬을 다수 확보한 개리가 기존 남성 중심의 리쌍 팬층에 여성들이 대거 유입하는데 한 몫했다는 평가다.

다른 힙합 가수의 한 관계자는 "리쌍의 음악과 가사는 남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어필하고 있는데, 예능 출연으로 여자 팬들까지 많이 끌어안은 것 같다"면서 "더구나 두 사람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요즘 모두 '대세'로 통한다. 예능을 잘하는 두 사람의 매력이 이번 음반에서 큰 시너지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능 스타들의 앨범이 모두 빅히트한 것은 아니다. 리쌍은 "예능 때문에 음악이 가벼워졌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더 열심히 했다. 지난해에는 이미 완성한 곡 20곡 가량을 그대로 버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리쌍의 한 관계자는 예능의 힘을 인정하면서도 그로 인한 반전효과에 방점을 찍었다. 소속사 정글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예능출연이 많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리쌍 나왔대? 한번 들어봐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 같다"면서 "예능을 통해 리쌍을 더 많이 알린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음악도 좋았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평소 웃긴 모습만 보다가, 음악을 들어봤는데 정말 진지하고, '내 얘기' 같고 그래서 일종의 반전효과를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쌍의 이번 '히트' 때문에 가수들의 '단골 엄살'은 당분간 통하지 않을 전망. "타이틀곡만 듣고, 앨범 수록곡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라거나, "예능 활동 때문에 음악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다"는 불만은 이제 '효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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