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로 이적한 박주영(26)이 아르센 벵거(62) 감독의 눈도장을 찍기에 충분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조광래(57)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1차전에서 6-0으로 크게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의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박주영은 후반 25분 이근호와 교체될 때까지 혼자서 3골을 몰아치며 한국의 6-0 대승을 이끌었다.
한 동안 소속팀을 구하지 못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던 박주영은 경기 시작 7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해트트릭의 발판을 마련했다.
홍철(21·성남)의 크로스를 향해 달려든 박주영이 오른발로 가볍게 방향만 바꿔놓는 기술적인 슈팅으로 레바논의 골 문을 활짝 열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기성용(22·셀틱)이 코너킥한 공을 머리로 받아 넣으며 한국이 넣은 2골을 모두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 박주영의 해트트릭이 완성된 것은 후반 22분이었다.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이 중앙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내준 공을 받은 박주영은 반대편 골 포스트를 향해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었다.
비록 객관적인 실력에서 한 수 아래의 레바논이라고 하지만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팀을 찾느라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박주영의 해트트릭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기에 앞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대표팀을 소집한 조광래 감독도 몸 상태가 완전하지 못했다고 인정했을 만큼 박주영은 새 시즌을 대비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한국시간) EPL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클럽인 아스날 이적이 확정된 뒤의 박주영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이적이 확정된 뒤 평소 무뚝뚝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그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흘렀다. 대표팀 소집 훈련에서도 한일전 대패 이후 잔뜩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도 박주영이었다.
이렇듯 자신의 몸 상태는 물론, 대표팀 분위기까지 최고조로 끌어올린 박주영은 결국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벵거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한 확실한 골 세례를 퍼부었다.
7일 쿠웨이트와의 원정 경기를 마친 뒤 곧바로 아스날로 합류하는 박주영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주전이 아닌 후보선수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안방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EPL 무대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입증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박주영이 EPL에서 골 맛을 보고 환하게 웃을 그날도 머지 않은 듯 하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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