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지도 1위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49)이 5일 ‘반 한나라당’ 선언을 하자 여권에 비상벨이 울렸다.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위기감에다 전략 부재까지 뒤섞여 한나라당 지도부는 우왕좌왕했다.
5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는 안 원장에 대한 칭찬부터 자성, 견제까지 다양한 견해가 쏟아졌다. 지난주 홍준표 대표가 “다자구조가 되면 우리는 좋다”고 반색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홍 대표는 “안철수 바람의 의미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경고”라고 밝혔다.
안철수 돌풍이 여권에 불리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지난 주말 서울시민 여론을 점검해봤을 때 야권 표를 갈라 한나라당에 반사이익을 주는 방향보다는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조짐을 여러 군데서 봤다”며 “속칭 ‘강남 아줌마’들도 안철수 같은 사람이 나오면 찍겠다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남경필 최고위원 역시 “이것은 하나의 흐름이 됐고, 일회성은 아닐 것”이라며 “이 흐름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홍 대표는 “오늘 안 원장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다. 그거 빼고 말하자”고 제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 지도부는 출구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홍 대표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손씨에게 “혹시 출마할 생각은 없느냐”며 말한 것도 곤혹스런 상황을 보여준다.
안 원장이 한나라당과 거리를 두자 여권에서 ‘안철수 때리기’도 시작됐다. 한 핵심 당직자는 “안 원장이 야당 스탠스를 분명히 하면 여권성향 지지표는 빠질 것”이라며 “검증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레 거품이 걷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영남권 의원은 “ ‘무릎팍 도사’에 나왔는데 그때 이미지랑 같을지 의문”이라며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향인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친박 유승민 최고위원은 “지금 안철수 교수 바람이라고 할 때 당이 정책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경계했다. 다만 한 친박계 인사는 “안 원장 바람이 기존 정치권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고, 안 원장이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으면 대선카드로 남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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