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궐선거가 1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마땅한 서울시장 후보를 찾지 못한 한나라당이 시름에 잠겼다.
당초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고려했던 김황식 국무총리가 서울시장 출마를 고사한데 이어 이석연 변호사 역시 한나라당 후보로 경선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외인사인 이석연 변호사와 당내인사인 나경원 최고위원간의 '빅매치'를 성사시켜 흥행몰이를 시도하려던 계획도 모두 무산됐다.
이 변호사는 15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성 정치로는 안 된다는 것이 시민들의 평가인 만큼 한나라당만으로는 안 된다"며 한나라당에 입당하지 않고 범여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과 보수·중도 세력까지 아우르는 범여권 단일후보를 내세워야 하며 이 뜻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에게도 전달했다"며 "건전 중도·보수세력과 함께 나서 헌법정신을 지키기 위해 시민의 평가를 받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한나라당 내부의 서울시장 후보군인 나경원 최고위원과 권영진 의원 등도 외부인사와 내부인사간의 1대1로 맞대결을 담은 한나라당의 경선안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16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의 후보선출 방식과 관련, "야당이 결정한 뒤 한나라당이 이를 따라 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실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 최고위원은 "책임정당으로서 한나라당이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이제 더이상 후보 선출 절차를 놓고 왔다갔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나 최고위원의 발언은 한나라당이 당내 경선을 한 후 외부 인사와 다시 경선을 치르는 민주당식의 '투트랙' 방식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선출키로 한 것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권영진 의원 역시 이날 BBS라디오 '전경윤의 아침저널'에 출연, "선거 승리에만 집착해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둘 다 당당하지 못한 자세"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안철수 바람이 쓰나미로 정치권을 강타하자 여야 모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시민들 속에서 검증받는 후보로 잘 만들 고민을 해야지 안풍에 휘청거리면서 외부로 눈을 돌리는 것은 서울시민들에게도 좋지 않고 공당이 해야 할 자세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내·외 후보군이 모두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고민에 휩싸였다.
이석연 변호사를 여권 단일후보로 만들자니 지금까지 비난해온 '후보단일화'에 나서야 하고, 이 변호사를 당의 전략공천 대상으로 영입하기에도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경선 여부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이 변호사도 당내 후보 조정과정에 포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 대 1 빅매치 경선이 아닌 조정과 조율에 무게를 둔 듯한 발언이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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