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박근혜 대 시민사회’ 대결로

정치일반 / 배정전 / 2011-10-05 12:56:03
박근혜 “나경원 지원”… 안철수 “박원순, 그분을 믿는다”

cats.jpg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59)와 ‘안철수·박원순 바람’으로 통칭되는 시민사회가 맞부딪친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48) 지원 의사를 피력하면서 정당 밖의 도전에 응전하는 모양이 된 것이다. ‘박근혜 대 안철수 현상’의 큰 틀에서 선거판을 보는 시각도 더해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김정권 사무총장(51)이 지난 3일 전화를 걸어 나 후보 지지를 요청하자 “돕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서는 것은 2007년 대선 이후 4년 만이다. 김 사무총장은 당의 ‘복지당론’이 박 전 대표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와 같다고 밝힌 뒤 적극적으로 선거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전 대표는 부산 동구청장, 서울 양천구청장 보궐선거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53)은 “박 전 대표가 조만간 직접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도 박 전 대표의 선거 지원을 적극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홍준표 대표(57)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책위에서 박 전 대표가 제출한 사회보장기본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할 수 있도록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김기현 대변인(52)은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복지당론을 결정하고, 국감 이후 의원총회를 소집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박 전 대표의 지원 시점이나 방식은 불분명하다. 우선 6일 나 후보 선거대책위 출범식에 참석하거나,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13일 이후에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있다. 별도 직책 없이 백의종군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관심은 시민정치 바람에 맞서는 박 전 대표의 파괴력이다. 박 전 대표가 나설 경우 범보수세력 표심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정권에 비판적인 수도권 젊은층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38)은 “서울지역 유권자는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고 정권 비판적 성향이 강하다. 박근혜 효과가 보수층인 집토끼 단속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력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최근 조사에서 (여당에 비우호적인) 20대, 30대들은 박 전 대표에 ‘좋다’는 답보다 ‘싫다’는 답변을 더 많이 했다. 박 전 대표가 나 후보의 표를 확장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복지당론을 놓고 보수층 내 분열 가능성이 있는 것도 박 전 대표로선 부담이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홈페이지에 쓴 글에서 “한나라당이 한 개인의 사유지도 아닌데, 아무개의 복지정책에 따라 의원총회도 없이 당의 복지정책이 바뀌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복지 입장을 따라가는 당을 겨냥한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49)은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자택을 찾은 경향신문 기자에게 박원순 변호사가 야권 통합후보로 선출된 데 대해 “잘된 것 같다. 저는 그분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지원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 시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가 가세하면 서울시장 선거의 정치적 함의는 더 커지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나 후보보다 박 전 대표가 중심에 매김될 수도 있다. 자연히 대선 풍향계를 엿보는 전초전 성격은 더 커지고 박 전 대표로서도 정치적 고비를 맞을 수밖에 없다. 반대편에서는 박원순 바람의 시발점인 안철수 현상도 정치적 저울 위에 서게 된다. 실제 이명박 정부나 시정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국가와 정치의 방향을 묻는 선거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번 선거는 박 전 대표와 SNS의 싸움이자, 옛 정치 패러다임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