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소동' 한 방으로 경선 후폭풍 잠재운 손학규

정치일반 / 뉴시스 제공 / 2011-10-08 11: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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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통합후보로 박원순 후보가 선출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박 후보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난 주중 온통 민주당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대표직 사퇴의사 표명' 탓이었다. 그만큼 경선 이후 너무나 급작스레 벌어진 일이었던 탓에, 당에서도 경황이 없는 가운데 벌어진 하루 만의 '소동'으로 끝이 났다.

비록 사퇴의사를 철회해 '번복'이라는 표현이 붙었지만 일단 표면적으로 볼 때 손 대표가 잃은 것은 그리 크진 않아 보인다.

자신이 밀었던 박영선 의원이 당 내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이후 통합후보로서의 가능성까지 내심 기대했던 상황이었지만, 결국 패배하고 당 소속 후보를 내지 못했다는 책임을 들면서 당 대표로서 사퇴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우선 이번 경선 패배를 놓고 당 내에서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선 직후 전격적인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손 대표는 세간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집중시키는 동시에 본인에게 쏠릴 수 있는 책임론을 단번에 잠재운 듯한 모습이다.

특히 이달 말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고, 당 내에서도 당권 경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표직 사퇴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누가 임시적으로 당을 이끌어나가느냐를 두고 계파 간 이해관계가 대립할 것이 극명한 만큼,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당력을 집중시키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일련의 소동 속에 결국 손 대표의 사퇴에 대해 계파를 불문하고 만류하는 모습이 연출됐고, 손 대표의 사퇴 철회는 당위성을 확보한 듯한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손 대표는 당 혁신과 야권통합 등에 대해 힘을 실으면서 목소리를 내는 등 오히려 홀가분해 보이는 모습이다.

박 후보의 선출 후 남아있던 '입당 문제'를 두고서도 지난 6일, "입당 문제에 대해서는 박 후보를 해방시켜 줄 것"이라고 말하면서 간단히 훌훌 털어내기도 했다. 그동안 현안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극도로 신중함을 보여왔던 손 대표의 행동과는 다소 다른 면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정리된 듯한 이번 소동을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에는 여전히 비판적인 목소리가 섞여있다.

종국적으로 이번 사태로 인해 보여준 '무책임'이라는 딱지를 벗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무리 당을 위한 차원이라 하더라도 만약 충격요법으로 이 같은 행보를 보였다면 당 대표로서 너무 가벼운 행동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처음에는 당 내 후보를 내는 데 소극적이었다가 이후 당 내 경선과정에서는 당 소속 후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이를 이유로 사퇴 카드까지 꺼내들었다는 점을 들어 손 대표의 의중이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당 내 비주류의 비판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오락가락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은 없는 것 아니냐"며 "무책임한 행보였다는 점에서 결국에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혹시라도 그런 것(사퇴 번복 등을)을 먼저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면 정치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잃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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