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경원 후보, 내가하면 검증, 남이하면 흑색선전?

정치일반 / 박대웅 / 2011-10-21 10:25:55
'정치인 나경원'은 숱한 의혹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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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상황과 여건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행동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임하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말과 행동이 이말과 딱맞아 떨어진다.

나 후보는 그동안 사학재단 소유주인 아버지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 "이번 선거는 제 선거이므로 아버지와 관련된 의혹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은 "나 후보가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논의 당시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흥신학원을 감사에서 빼달라고 청탁했으며 현재까지도 이사로 재직 중"이라고 폭로했다. 이는 '아버지 문제'라는 나 후보의 말과 상반되는 이야기다.

또한 20일 시사주간지 '시사IN'은 나 후보가 서울 강남 청담사거리에 위치한 연회비 1억원 선인 피부관리원의 회원이라고 보도했다. 나 후보는 이 피부관리원에 다닌 사실은 인정했지만 고액 회비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나 후보는 "(피부관리실 원장이) 나에게는 실비만 받아 1억원과 거리가 멀다. 가급적 건별로 계산하지만 모아서도 결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많은 서울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억대의 피부관리실에 드나드는 서울시장 후보의 모습은 서울시민에게 상대적 박탈감만을 안겨 줄 뿐이다.

여기에 나 후보는 재선 당선 직후였던 2008년 5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반녀동안 최근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 소유 건물에 입주해 임대료를 내지 않고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의 빌딩은 서울 중구 장충동 제일저축은행 장충동 지점 빌딩 4층으로 나 후보는 2008년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치 임대료 2900만원을 내지 않고 공짜로 사용하다 11월에 한꺼번에 임대료를 지불했다. 이에 나 후보는 "나중에 주기로 합의 했다"고 항변했지만 국회의원 후원회, 정치자금 회계자료 등 어디에서도 이 사무실 임대보증금 내역 조차 없다.

또한 나 후보가 18대 국회 동안 신고한 재산신고 내용에도 임대보증금 내역은 없었으며 2008년 정치자금 회계자료에는 5월 말 현재 3000만원의 잔액이 있어 돈이 없어서 임대료를 지불 못했다는 핑계도 댈 수 없게 됐다. 나 후보는 18대 총선에서 송파구 공천을 희망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전략공천으로 중구에 출마했지만 나 후보는 2008년 2월 송파구 가락동 99-3번지 제일빌딩 905호를 임대했다. 문제의 제일빌딩은 제일저축은행 본점이다. 때문에 제일저축은행과의 연관 의혹이 거세다.

나 후보는 20일 밤 열린 서울시장 후보간 TV토론회에서 숱한 논란 가운데 사학재단에 관해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나 후보는 "아버지의 학교 문제에 네거티브가 너무 심하다, 선거에서 이런 문제가 나와 아버지께 송구하다"며 나 후보 자신이 흑색선전의 희생당하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나 후보는 그동안 범야권의 박원순 단일후보를 향해 '호적 쪼개기'로 대변되는 병역비리 의혹, 박 후보가 설립한 아름다운 재단의 기부금 전용 의혹 등 수많은 네거티브 전략을 펼쳐왔다. 실제로 한나라당 내에서도 초반 10% 이상 벌어지던 지지율이 '본격적인 후보 검증 후 박빙으로 바뀌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나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특권'과 '반칙'없는 깨끗한 서울시장을 역설하며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인 나경원'으로 남기 위해 나 후보는 자신을 둘러싼 숱한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 단순히 '흑색선전'이라며 무시하는 것은 '내가하면 검증이고 남이하면 네거티브'라는 '자기 논에 물대기식'의 '정치꾼'에게나 어울리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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