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건의 1심 선고공판이 31일 열린다. 검찰의 야당 탄압 논란을 불러왔던 한 전 총리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2007년 당시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9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 사건 개요
사건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입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한 전 대표의 말을 토대로 한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했지만 이내 한 전 대표가 말을 바꾸면서 수사는 미궁으로 빠졌다. 지난해 3월31일 사기 혐의로 통영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한 전 대표가 서울구치소로 이감됐다. 검찰은 한 전 대표를 4월4일 소환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한명숙 전 총리에게 현금과 달러를 포함해 9억원 정도를 줬다"는 자필 진술서를 작성했다. 이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기 불과 닷새 전이다.
검찰은 한 전 대표의 말을 토대로 한 전 총리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다시 기소했다. 야당은 일제히 '야당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한 전 총리를 검찰이 흠집내기 위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이후 치러진 법정 진술에서 말을 바꿨다. "수감 후 믿었던 사람에게 억울하게 뺏긴 회사를 되찾을 욕심이 있었고, 수사 초기 남모씨라는 제보자가 검찰로 찾아와 '협조하지 않으면 또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암시적으로 겁박해 허위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 총리에게 어떠한 정치자금도 제공한 일이 없다"고 진술했다.
# 법정 쟁점
검찰은 한 전 대표가 진술을 번복하자 정황증거들을 제시했다. 한 전 대표의 법정 진술보다 검찰에서 말한 것이 진실에 가깝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그가 어미니 김모씨와 구치소에서 대화한 내용을 녹음한 녹취록을 제시했다.
2009년 5월18일 한 전 대표의 어머니 김씨는 "(한 전 총리 비서 김문숙씨에게) '서로 도움을 주고 산 시대가 있었잖냐. 돕는 방법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김씨가) '무슨 말씀으로 얘기하는지 알겠다. 한 전 총리 들어오면 상의해서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사가 개시된 다음인 지난해 4월17일 한 전 대표는 "자료들이 이미 다 나와 있기 때문에 (한 전 총리는) 못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같은 접견 녹취록을 근거로 한 전 총리가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은 어머니 김씨가 초등학교만 졸업한 70대 노인으로 바깥일에 관여하지 않았고, 한 전 대표의 일부 발언을 검찰이 확대해석한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검찰은 한신건영 경리부장 정모씨가 작성한 회사의 채권회수목록도 법정에 제출했다. 채권회수목록에는 '의원, 5억원'이라고 표시돼 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채권회수목록을 작성하는 데 근거가 된 '접대비 엑셀파일'이 사라졌고, 회사의 공식 회계장부 행적 또한 묘연하다는 점을 들어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검찰은 2007년 3월30일 한신건영의 자회사 KH산업개발 명의로 발행된 1억원권 수표 1장이 2009년 2월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보증금 지불에 쓰인 것을 알게 됐다. 이로써 검찰은 자금 출구가 드러났다고 했다. 반면 한 전 총리 동생은 "2009년 2월 전세계약을 하면서 정기예금을 해약할 수 없어 한 전 총리 비서 김문숙씨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한 전 대표가 전달한 9억여원 대부분이 한 전 총리 가족에게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와 유학 중인 아들의 해외 환전 내역이 없고, 한 전 총리 남편과 동생 계좌에 출처 불명의 자금이 들어온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곽영욱 전 사장에게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을 때도 검찰은 한 전 총리와 남편의 계좌에 있는 모든 돈, 해외에서 사용한 돈, 아들 유학경비를 모두 정치자금이나 뇌물로 받은 것으로 봤다"며 한 전 총리의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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