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로 입원하는 수법으로 150억원에 이르는 보험금과 요양급여비를 가로챈 강원 태백지역 3개 병원 병원장과 보험사기에 가담한 전·현직 보험설계사와 가입자 410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내 보험사기 사건 중 최고 금액과 최다 인원이 보험사기에 연루된 것으로 기록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강원지방경찰청 수사과는 3일 지역인구 감소와 시설 장비 노후 등으로 환자가 줄어들자 병원의 경영 악화를 타계하기 위해 소위 차트환자를 유치하거나 통원치료 가능환자를 허위로 입원시켜 건강보험공단에 부당청구하는 수법으로 요양급여비 17억1000만원을 가로챈 태백지역 3개 병원장과 사무장 등 7명을 사기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또 허위 입·퇴원확인서를 발급받아 보험금 140억원을 부당 지급받은 전·현직 보험설계사 72명과 가짜 환자 331명 등 총 403명도 사기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보험사기 수법=가짜 환자들은 2007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전·현직 보험설계사 주도하에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단순 염좌상 등으로 충분히 통원치료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타낼 목적에서 형식적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장기 입원 치료를 받은 것처럼 입·퇴원확인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현직 보험설계사 72명은 보험 영업을 위해 동일한 범행 수법을 전수하고, 병원을 소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H병원의 경우에는 원장실과 사무장실에서 환자를 상대로 범행이 들통날 것에 대비한 교육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환자들에게 입원 기간 중에 '동사무소에 가서 등본도 떼지 말고, 비행기도 타지 말 것과 신분증을 내는 일을 하지 말라'고 교육했다. 심지어는 '카드조차도 쓰지 말 것'을 강요했다.
S병원의 경우에는 입원 환자 중 70%가 보험설계사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환자들이었고, 나머지 30%는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가짜 환자를 유치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직접 보험사기에 가담한 병원 관계자의 친·인척 및 지인도 10명이나 된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환자 유형=허위 입원한 가짜 환자들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입원 처리 후 가끔 병원에 들러 식사나 물리치료를 받는 '출퇴근형'이 41.5%로 가장 많고, 외출·외박을 하지 않고 장기간 병원에 체류하는 '나이롱환자형'이 33.0%로 뒤를 이었다.
또 입원 당일에만 진료를 받고 집에서 생활하는 '차트환자형'은 25.5%로 나타났다.
이들인 가로챈 보험금 중 1억원이 넘는 돈을 타 낸 가짜 환자들은 33명이고, 5000만원 이상이 66명, 3000만~5000만원이 74명, 1000만~3000만원이 149명으로 나타났다.
1000만원 이하는 46명이고, 500만원 이하는 35명으로 드러났다.
◇보험사기 가담 원인=가짜 환자들은 대부분 무직이나 일용직 등 소득기반이 취약한 계층으로 경기 침체에 따른 가정경제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보험사기에 가담, 가로챈 돈을 주로 생활비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생활수급자인 K씨(63)는 입원시 치료비 전액이 면제되는 1종 의료보호대상자임에도 보험금을 가로챌 목적으로 5개 보험상품에 가입 후 '등산 중 넘어짐' '고지혈증' 등으로 15회에 걸쳐 입·퇴원을 반복해 1억2000만원의 보험금을 가로챘고, 대학생인 K씨(26·여)는 생계유지와 학자금 마련을 위해 보험설계사 B씨(45·여)의 주도하에 2008년 7월에 보험상품 15개를 가입 후 '보드를 타다 넘어졌다'는 이유로 7회에 걸쳐 190일간 병원에 입원해 4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K씨(63)는 도박빚을 갚기 위해 2008년 5월부터 14회에 걸쳐 병원 3곳에 입원해 4100만원을 타냈고, J씨(59·여)는 남편과 아들, 딸 등 가족 6명을 보험사기에 끌어들여 3억2000여 만원의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3개 병원 운영 실태= 병원 3곳 모두 의료법상 입원 환자에 대해 간호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간호기록부 자체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2개 병원은 간호사 없이 간호조무사 1명만 근무했고, 야간당직 간호사도 없어 의료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링거주사 처방도 없고, 물리치료와 근육주사 처방이 전부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압수수색 당시 H병원은 진료차트에 입원환자가 76명이었지만 실제로는 11명밖에 없었으며, J병원은 난방이 안 돼 환자들이 전기장판을 가져와 병실 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들 병원에서는 대다수의 환자들이 가짜 환자여서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방치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J씨(60·여)는 2008년 3월께 등산 중 엉덩방아를 찧어 병원에 입원했지만 진통제만 투여받다 치료 시기를 놓쳐 엉덩이뼈가 썩어 수술을 해야만 했다.
◇대응방안 및 향후 수사계획= 경찰은 소규모 병원들의 운영 실태에 대한 보건소 등 감독기관의 실질적인 지도 점검이 강화돼야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보험범죄가 지능·전문화 돼가는 추세인만큼 조직적 보험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양형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경찰은 보험사기를 용인할 경우 법을 경시하고, 반복해 지능적으로 범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수사 대상자 700여 명 중 출석에 불응한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엄정 사법처리할 방침이며, 병원 관계자들 중 일부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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