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안 처리 지연과 관련, "소수가 다수에게 이기는 법이 어디있나"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에서 신임 인사차 방문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를 만나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의 원리"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국이 그렇게 일찍 처리했는데 한국도 처리해야 한다. 서로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 대표에게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잘 상의해 보라. 상대할 사람이 홍 대표 밖에 없지 않나"고 조언했다.
또 "우리가 정치할 때는 애국심이라는 것을 강조했는데 요새 정치하는 사람들은 애국심 뿐만 아니라 애당심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내가 국회의원을 9번 했다. 나갈 때마다 당선됐다"며 과거 일화를 소개했다.
김 대통령은 "내가 찬조연설한다고 서울에서 여기저기 다니니까 아내가 전화로 '(지역구 사람들이) 이번에 국회의원 안 시켜준다'고 한다고 해서 하루 전에 내려갔다"며 "내려가서 연설을 하니 '역시 김영삼이다'하고, 연설 끝나고 걸어오면서 군중들이 한 없이 따라 왔다"고 회상했다.
김 대통령은 "그 때는 정치하는 멋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그 당시에는 한 시대를 끌고 갔기에 그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시대를 끌고 갈만한 경륜과 리더십이 부족하다"며 "부끄럽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개인보다 당이 우선하고 당보다는 국가가 우선해야 한다고 보는데, 지금은 김 전 대통령이 말한대로 애국심이 없어졌다는 얘기는 우선 순위가 바뀐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모두 내년 4월 총선 때문에 서로 약속했다 깼다, 견제했다 타협했다 하지 않는가"라며 "애국심도 애당심도 함께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