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6개월여를 끌어온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다툼이 일단락됐다.
지난 6월 29일.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을 담당했던 홍만표(검사장) 당시 대검 기조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검사의 경찰 수사 지휘에 관한 사항을 당초 '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검찰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대검 검사장급 간부들은 일제히 사의를 표명했고 부장검사들 역시 "직을 내걸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급기야 2주 후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 마저 "약속도 합의도 지키지 않겠다"며 사퇴했다.
반면 경찰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애써 기쁨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경찰은 '검찰과 대등한 수사 주체로서의 경찰'을 표방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에 나섰다. 수사권 조정 협상을 이끌었던 조현오 경찰청장은 "대통령령 마련 때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며 지도부를 독려했다.
하지만 5개월여가 지나 상황이 급변했다. 김준규 총장에 이어 검찰의 수장이 된 한상대 검찰총장은 검찰의 수사 지휘권 확보와 조직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에 반해 조현오 경찰총장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지난 10월 검찰과 경찰은 각각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맞춰 대통령령 초안을 총리실에 제출했다. 검찰에서는 정인창 대검 기조부장이, 경찰에서는 박종준 경찰청 차장이 실무 대표를 맡았다.
검찰은 "대통령령 등 령(令)은 법률의 범위 안에서 제정돼야 한다"며 형사소송법에 수사개시권이 명시돼 있는 등 명실상부한 수사의 주체라는 경찰의 주장을 반박하며 총리실 설득에 나섰다. 총리실 역시 이런 검찰의 노력에 차츰 검찰 측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특히 김 전 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사임한 것에 대한 동정 여론이 조성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결과는 검찰의 판정승이다. 총리실은 22일 종결한 내사 사건도 검찰의 사후 통제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조 청장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은 경찰의 손발을 꽁꽁 묶는 유일한 나라"라며 직설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회 행정안전위에 출석한 조 청장은 "총리실 조정안을 보면 내사 부분이 지금보다 개악됐다"며 "내사 자체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한다면 법으로 제한할 일이지 대통령령으로 규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표면상으로 '대통령령'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대체로 수긍하고 있다. 경찰이 조 청장까지 나서 강력 반발한 것에 비해 검찰은 총리실의 조정안 발표에 대해 대변인 논평으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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