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6개월여를 끌어오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다툼이 국무총리실의 강제 조정안으로 일단락 됐다. 총리실은 22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안'(대통령령) 제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 했다.
총리실의 중재안은 경찰의 내사 중 인권과 관련된 경우 내사종결된 사건이라 하더라도 검찰의 사후관리를 받게 하고, 대신 경찰도 검찰의 지휘내용에 이의가 있을 경우 검사에게 의견을 밝히고 재지휘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골자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 모두 중재안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불만은 다분히 작위적이다. 이날 중재안 발표 후 조현오 경찰청장이 직설적 표현을 쓰며 강력히 반발한 것에 비해 검찰은 대변인 논평으로 마무리한 점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다만 이번 중재안 중 인권보호 부분은 진일보했다. 경찰이 내사했다가 종결처리한 사건을 사후에 검찰에 보고하도록 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검사의 수사지휘에 대해 사법경찰관의 이의제기 권한 부여 역시 긍정적이다. 그러나 말단 공무원 역시 상관의 불합리한 지휘내용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선언적 의미 이상을 부여하기 힘들다.
문제의 핵심은 막강한 검찰의 권한을 견제할 명분을 잃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견제와 균형의 축이 무너진 것이다. 당초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검찰과 경찰 간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을 갖추라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요구로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내사에 대한 통제의 불균형이 그것이다.
이번 총리실의 강제 조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인권 보호를 위해 경찰의 내사는 감시하면서 정작 검찰 자신의 내사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는 장치는 전혀 없다. 또한 경찰이 진행 중인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을 곧바로 검찰로 송치한 부분도 문제다. 이를 폭넓게 활용하면 검찰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까지 검찰이 가져가 멋대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더구나 경찰이 검찰 비리에 대해 수사할 경우 지휘를 받을 의무가 없도록 하자는 안은 아예 조정과정에서 제외됐다.
예를들어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같은 검찰 비리 의혹 사건이 불거질 경우 검찰 요구에 따라 경찰은 수사를 중단하고 검찰로 사건을 곧바로 송치해야 한다. 이 경우 '제 식구 감싸기' 등 그간 검찰이 보여준 구태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검찰과 경찰이 모두 만족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예초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최소한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납득 가능한 방안만은 도출되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최소한의 견제장치도 마련하지 못한 채 검·경 수사권 조정은 일단락됐다.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검찰권 견제와 검·경 간 수사권 조정 문제는 반드시 다시금 재조명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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