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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남영진 논설고문] 지난 3월3일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끝 도시인 푼타 아레나스 행 라탐비행기에 올랐다. 30년전 왔을 때는 칠레는 란칠레(LAN CHILE)가 국적기였는데 2010년8월 브라질 의 탐(TAM)항공과 합쳐져 라탐(LATAM)으로 바뀌었다. 북미에서 델타(DELTA)항공이 최대라면 남미 최대의 항공사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국내행인데도 배낭 등 핸디캐리 아닌 짐은 따로 돈을 받아 당황했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안데스산맥 동서로 칠레와 아르헨티나 양국에 걸쳐 있는 파타고니아 빙하를 가려면 먼저 칠레쪽 도시 푼타 아레나스를 거친다. 스페인어로 '모래밭의 곶'이라는 뜻이다. 여기가 대서양에서 마젤란 해협으로 들어와 처음 만나는 도시다.
마젤란은 포루투갈 출신으로 스페인왕의 허가를 얻어 1520년 이 지역을 지나 처음으로 태평양으로 빠져나가 다음해 필리핀 세부에서 원주민들에게 살해됐다. 나머지는 유럽으로 돌아와 세계 일주 지도가 만들어졌다.
세계지도를 보면 남미대륙의 남쪽 끝에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반반 나누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아르헨티나 밑에서 육지가 끊기고 이 마젤란 해협을 넘어 남단섬인 디에고 델 푸에고 섬(불의 섬)은 아르헨티나 영토로 되어 있다. 이곳에 아르헨티나에서 남극으로 향하는 해군기지인 우수아이아 시가 있다. 그래서 남위 40도이하 50도까지의 파타고니아지방에 칠레는 남미대륙의 땅의 끝인 푼타 아레나스(PUNTA ARENAS)를 세웠다.
아르헨티나는 더 남쪽 섬 끝에 우수아이아(USUAIA)를 갖고 있다.
푼타 아레나스는 자유항으로 파나마 운하 개통 전까지는 남동 태평양·대서양 간의 연락 항으로서 큰 역할을 했다. 당연히 칠레 육·해·공군의 기지가 있다. 인구 11만 4000명이라 남미도시로서는 꽤 크다. 해양만이 아니라 목양 · 임업의 중심지다. 작은 포구였으나 1849년 호세 데 로스 산토스 마르도네스에 의해 국제 자유항으로 건설됐다. 1937년까지는 마젤란의 이름을 따서 마가야네스(MAGALLENES)라고 불렸다. 파타고니아 빙하를 가려면 대부분 푼타 아레나스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3시간 정도타고 빙하입구의 도시인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로 간다.
파타고니아지방은 칠레의 태평양쪽 항구도시 푸에르토 몬트와 아르헨티나의 콜로라도 강을 잇는 남위 40도 이남지역을 말한다. 서쪽은 빙하와 산을 품었고 동쪽은 고원과 낮은 평원을 지나 대서양까지 이어진다. 그 사이를 안데스 산맥의 지맥인 파이네 산맥이 가로지르며 달려간다.
한반도 5배의 광대한 대지에 인구가 3백만이 못되는 광야에 간간이 목장이 있다. 파타고니아 안데스는 해발 3500~3,600m이며, 남쪽 끝 지역은 2,000m 안팎으로 낮아진다.
1주일간 빙하지대인 또레델 파이네를 보고 국경 넘어 아르헨티나의 칼라파테(CALAFATE)에서 피츠 로이산이 보이는 엘 찰덴까지 다녀오면서 다시 푼타 아레나스에 들렀다.
갈 때는 보지 못했던 ‘지구의 끝’(FIN DE MUNDO)전망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하룻밤 호텔서 묵으며 이탈리아식 근대 건물이 즐비한 해협 쪽을 구경했다.
아르마스광장의 유명한 마젤란동상을 봤다. 우뚝선 마젤란 동상 밑에 2명의 인디언추장상이 앉아있다. 이 추장의 발을 만지면 다시 온다는 속설 때문에 구리발이 반짝인다.
1880년대 가톨릭 돈 보스코 성인이 세운 살레지오수도원이 만든 이 지역 향토박물관을 관람하고 이탈리아식당에서 킹 크랩을 먹었다.
파타고니아의 어원은 1520년 이 지방을 탐험하던 마젤란일행이 원주민의 발자국을 보고 이름을 붙인 '커다란 발'이라는 뜻이란다. 원주민어로 '황량한 해안'의 뜻이라는 설도있다. 스페인 침략자들은 그 땅을 ‘거인들의 땅’이라 불렀다.
마젤란이 이끄는 원정대가 원주민 떼우엘체 족과 마주쳤을 때 원주민들의 평균 신장은 그들보다 20센티미터 이상 컸다고 한다. 이제는 거의 멸종됐다. 마젤란은 스페인 소설에 나온 거인족 ‘파타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다. 포르투갈 인들이 아마존밀림의 거대함을 보고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거대한 여 전사 ‘아마존’이라 불렀던 것처럼.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Punta Arenas)에서>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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