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구제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에 약 57만2000명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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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고사장인 서울 광진구 국시원으로 관계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
정부가 의대생들과의 신경전을 연장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에 응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정부는 '추가 기회 부여 불가'라는 기존의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간 의대생들이 시험 응시 의사를 밝히더라도 '국민적 동의'가 없다면 기회를 다시 주기 어렵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만큼, 이날 의대생들의 발표만으로는 공정성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추가 기회를 줄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으로 보인다.
의대생들 국시 응시 처음 밝혀
보건복지부는 24일 출입 기자단에 배포한 문자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기존 입장은 변함이 없고 의대생들의 국시 응시 (의사) 표명만으로 추가적인 국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어 "의사 국시에 대한 추가적인 기회 부여는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 공정성에 대한 문제와 이에 따른 국민적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대표들은 앞서 공동성명을 내고 "전국 40개 의대·전원 본과 4학년은 국시에 대한 응시 의사를 표명한다"고 발표했다.
의대생들이 국시 응시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앞서 이달 4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보건의료 정책을 협의하기로 합의한 이후에도 단체 행동은 중단했지만 시험을 응시하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고 의료 인력 수급 문제가 대두되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학생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옳은 가치와 바른 의료'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과엔 반발...구제 반대 국민 청원도
그러나 의대생들의 성명에는 그간 국시를 거부한 데 대한 입장 표명이나 사과의 뜻은 담기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동의가 있으려면 먼저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학생들 안에서는 '사과'가 언급되는 상황에 대한 반발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생들은 현시점에서 국민에 대한 사과 없이 국시 응시 의사를 표할지를 두고 투표를 벌였으며 이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아 응시 의사를 표명했다는 이야기도 적잖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의대생들이 응시 뜻을 나타냈지만, 올해 시험을 치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앞서 시험을 1주일 연기한 데 이어 접수 기한을 연장하면서까지 기회를 부여했지만 의대생들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해 실기시험에는 응시 대상 3172명 가운데 14%인 446명만 신청한 상황이다.
지난 8일 시작된 첫날 시험에는 응시생 6명만 참석했으며, 현재 시험은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앞서 국민들의 동의 혹은 양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의대생들에게 추가 기회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한 만큼 의대생들의 의사 표명을 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여론이 좋지 않게 흘러갈 수 있는 점도 의대생들에게는 불리하다.
지난 23일 마감된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약 57만2000명이 동의했다. '한 달 내 20만명' 요건을 채운 만큼 정부는 앞으로 한 달 안에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일각에서는 해결의 물꼬를 트려는 진정성들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감정적 대립으로 서로 평행선을 그을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한발 뒤로 물러서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선 답답한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많은 인원들이 국시에 응시하지 못하면 수년 내로 그 후유증이 나타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원칙은 물론 중요하지만 현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가 이해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의대생도 정부도 물러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얻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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