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분단 현실 외면한 채 국가 인식 혼선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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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지칭하고 남북 관계를 ‘한조(韓朝) 관계’로 표현한 발언은 국민적 우려를 넘어 깊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지난 27일 “명백한 헌법 유린”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정 장관의 즉각적인 경질을 강력히 촉구했다. 보수 중견 정치인으로서의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정쟁 차원을 넘어 헌법 질서 수호라는 본질적 문제 제기로 읽힌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분명히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북한 지역 또한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명시하는 조항이다. 동시에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국가의 사명으로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정신 아래에서 남북 관계는 어디까지나 ‘국가 대 국가’가 아닌 ‘특수 관계’로 규정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공식 국호를 그대로 호명하고, 이를 전제로 ‘한조 관계’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북한을 별개의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듯한 인식을 드러낸다. 이는 헌법적 해석과 충돌할 뿐 아니라, 그간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해온 대북 인식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외교적 상황과 대화의 맥락에 따라 상대의 공식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맥락 속에서’ 발언이 이루어졌느냐에 있다. 통일부 장관이라는 직책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닌 헌법적 가치와 국가 정체성을 균형 있게 견지해야 하는 자리다. 그 무게를 망각한 발언이라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1950년 한국 전쟁 이후 70여 년, 우리는 여전히 분단의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정전 상태는 지속되고 있다. 국민들은 여전히 안보의 불확실성과 긴장의 그림자 속에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국가의 통일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의 언어는 그 자체로 국가의 의지를 상징한다.
언어는 곧 인식이며, 인식은 정책을 낳는다. 만약 그 언어가 헌법적 기반을 벗어난다면, 정책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는 단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방향성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분명한 입장 정리다. 해당 발언이 개인적 견해인지, 정책적 변화의 신호인지,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한 헌법적 가치에 대한 확고한 존중과 재확인이 뒤따라야 한다.
국민으로 부터 위임 받은 권력의 위임자 인 국무위원의 말 한마디는 가볍지 않다. 그것은 곧 국가의 얼굴이며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그 무게를 잊는 순간, 국민의 신뢰 또한 무너진다. 지금 이 사안은 단순한 정치 공방이 아니라 헌법과 국가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다. 그 답은 결코 모호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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