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를 막는다며 선택지를 지운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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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다. 정책의 방향과 시장의 판단이 정면으로 어긋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똘똘한 한 채’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진단하지만, 시장은 이를 규제 회피의 결과로 인식한다. 다주택 보유에 대한 징벌적 과세와 거래 봉쇄 속에서 자금은 자연스럽게 가장 안전한 한 곳으로 쏠렸다. 이는 투기의 진화라기보다 정책 환경이 만든 선택지였다.
SNS와 부동산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이러한 인식은 더욱 분명해진다. “한 채마저 죄가 된다면 어디로 가야 하나”, “팔면 세금, 들고 있어도 세금”이라는 반응이 반복된다. 정책은 투기 억제를 말하지만, 체감되는 메시지는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에 가깝다. 거래가 막히고, 매물은 잠기며, 가격은 통계상 안정된 듯 보이지만 체감 시장은 오히려 경직되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본래 취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다. 장기간 보유와 실거주를 유도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가 시장에서는 ‘갈아타기 사다리’로 기능해 왔다면, 이는 제도의 왜곡이 아니라 정책 조합 전체의 결과다. 이를 손보겠다는 접근이 다시 규제 강화로만 귀결된다면, 시장은 매도 대신 증여와 임대, 버티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과거의 경험은 규제가 매물을 늘리기보다 잠갔음을 보여준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 신뢰의 약화다. 부동산은 단기 처방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다. 예측 가능성이 무너지면 가격은 안정되지 않고, 불확실성 프리미엄만 커진다. 오늘은 다주택, 내일은 비거주 1주택, 모레는 고가 주택이라는 식의 확장된 규제 신호는 시장에 ‘다음은 누구인가’라는 불안만 남긴다.
부동산 시장은 명령으로 길들여지지 않는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정책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정부의 입장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이유는 시장이 비합리적이어서가 아니라, 정책이 현실의 선택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규제가 아니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일관된 방향과 설득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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