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김용환 기자] 정부가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이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늦추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8·2 부동산대책 발표 후 가파르게 오르던 서울 아파트값의 오름세가 둔화됐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37% 올라 지난주의 0.57%보다 오름폭이 0.2%p 축소됐다. 8·2 부동산대책 발표 전 호가가 28억 원까지 치솟았던 서울 반포 주공1단지의 전용면적 84㎡는 호가가 2~3억 원 떨어진 25억 원에서 26억 원에 팔겠다는 급매물이 여러 건 나왔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가운데 예외조항이 적용되는 시한 내에 팔려는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에서도 입주를 앞두고 1억 원 이상 붙었던 분양권 프리미엄이 5천만 원 넘게 떨어진 매물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이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고있는 모양세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잔액은 136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조원(11.1%) 증가했다. 2분기에도 계속 불어나고 있어 현재 1400조에 근접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장기 저금리 환경과 부동산 시장의 활황이 맞물리면서 급증했다.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적당한 부채는 소비와 투자 촉진을 통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할 경우 성장 제약을 넘어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경제규모에 견준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세계 3위 수준의 위험한 수치로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대책을 놓고“강남을 겨냥한 분풀이식 포퓰리즘”이라고 혹평했지만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8ㆍ2 부동산 대책은 오히려 그 동안 경제성장 목표를 위해 부동산 경기를 억지로 떠밀어 올린 박근혜 정부의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의 부작용을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는 게 옳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가계부채의 원인은 장기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의 활황”이라며 “증가속도가 너무 빠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을 하기도했었다.
“가계부채의 원인은 장기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의 활황”
"8.2 부동산 대책, 가계부채 증가속도 늦추는데 일정부분 기여"
다행히 올해 들어선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폭 둔화됐다. 올 상반기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40조3000억원(금융위원회 속보치)이다.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했던 지난해 상반기(50조4000억원)에 비하면 20% 가량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2~2014년 상반기 평균 증가규모가 15조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가계부채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늦추는 데 일정부분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역 아파트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이 40%로 강화 돼 당장 신규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대출 한도가 3분의 2토막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8·2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올 하반기에 4조원 정도의 감소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국민은행 자료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대출 규제 강화로 약 8만6000명의 신규 대출자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1인당 대출 가능 금액은 평균 1억60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5000만원 가량 줄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다고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급격히 꺾일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2014년 하반기 이후 분영된 아파트 입주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38만호, 내년에 43만호, 2019년에 32만호가 예정돼 있다. 입주가 예정된 물량에 대해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이 상반기에 비해서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다만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작년 하반기보다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조치 등으로 대출 증가폭이 크게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이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기존에 예정된 물량에 따른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부분은 절대적으로 막기는 어려운 국면”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투기적인 수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속도는 둔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계대출이 우리나라 경상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일단 정부의 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GDP 디플레이터)은 4.5%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한 올해 실질성장률을 3%, GDP 디플레이터 전망치는 1.6%다. 즉 우리나라 경상성장률 수준의 연 가계부채 증가규모는 60조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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