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맡았던 판사와 변호사 등은 당시 판결에 논란이 일자 유감을 표시했다.
항소심 재판을 맡았던 ㄱ판사는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양형의 적정성 여부 판단을 떠나 이 판결로 소수 약자가 감내할 수 없이 큰 고통을 받은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ㄱ판사는 2008년 7월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화학교 교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져 고소가 취소됐기 때문에 다른 사건과의 형평을 고려해 양형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당시 청소년 강간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가능한 친고죄였다. 인화학교 교장과 피해자는 항소심 재판 중 합의해 고소가 취하됐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행은 그동안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 의사를 거두면 처벌할 수 없었다. 그러나 ‘조두순 사건’ 등으로 엄벌 필요성이 대두된 지난해 4월 피해자의 고소와 무관하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1심을 맡았던 ㄴ판사는 “법관이 법을 무시하고 판결할 수 없는 만큼 당시의 법 규정과 범위 내에서 재판했다”며 “피해자가 어리고 장애가 있는 경우 일반보다 형을 엄격히 해야 한다. 이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인화학교 교장과 행정실장, 교사 모두에게 실형을 선고했지만, 일부 혐의에는 공소를 기각하거나 무죄 판결을 내렸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27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영화 <도가니> 사건에 대해 보고받았다”며 “국민이 분개하고 있는데 어떤 경로로든 해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에서 교장과 행정실장, 교사 등 3명을 변호했던 ㄷ변호사는 “수사기록상 유죄의 심증을 갖게 하는 부분도 있어 피고인들을 면담하면서 ‘사실이라면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설득하고, 한 피고인에게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졌지만, 판사를 그만둔 지 7년 뒤에 사건을 맡은 만큼 전관예우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새로운 범죄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재판이 다시 진행되지는 않는다. 어떤 사건에 한 번 판결이 내려져 확정되면 다시 재판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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