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바른정당 김무성(오른쪽) 의원과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데일리매거진=이재만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손을 잡고 만든 '열린토론 미래'가 출범하면서 보수 야당의 통합론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집권여당에 맞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려면 보수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큰 축을 이루고 있지만 막상 의원 개개인별로는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원전의 진실, 거꾸로 가는 한국'이라는 주제로 열린토론 미래의 첫번째 세미나를 개최했다. 열린토론 미래는 김 의원과 정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드라이브'를 저지하겠다는 목표로 발족한 초당적 정책모임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모임을 두고 정책연대를 표방하고 있지만 향후 지방선거 연대나 정계개편까지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권의 정책연대와 당 통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야권 통합론에 불을 지폈다.
정 의원 역시 "야3당이 그야말로 정책공조, 정책연대의 고리를 열린토론 미래를 통해서 마련할 수 있겠다 하는 기대를 해본다"고 말했다.
출범 전부터 열린토론 미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이날 첫 세미나에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만 4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참석을 했다. 향후 국민의당 의원들도 이 모임에 참여할 예정이다.
열린토론 미래가 갑작스레 통합 이슈를 공론화한 건 아니다. 이미 야권에서는 정책 공조 나아가 통합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보수 야당이 둘로 나뉘어 더불어민주당과 대결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참패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그나마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려면 보수가 하나로 뭉치는 방법밖엔 없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22일 강원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국정 파탄에 책임있는 사람들을 정리하면 바른정당이 돌아 올 명분이 자동적으로 생기는 것 아닌가"라며 '보수 집결을 위해 바른정당과의 통합도 환영하느냐'는 질문에 "예스(YES)"라고 답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29일 YTN '호준석의 뉴스인'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소위 '친박 8적'에 대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그런 것들이 혁신 과정에 진행이 되고 나면 통합 논의가 좀 더 활발해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중진인 이종구 의원도 지난달 25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친박 청산'이라는 조건 하에 "(한국당과의) 합당까지도 다시 논의해볼 수 있다"고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재만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과의 보수 통합설에 대해 "보수 위기에 제일 먼저 피난 기차를 타고 도망갔던 사람들이 어떻게 통합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나. 배신자들, 기회주의자들과의 통합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바른정당 '통합 반대파'의 의지는 더욱 강경하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인적 청산은 한국당이 정치개혁을 위해 넘어야 할 산 중 하나일 뿐"이라며 "국정농단사태 발발 후 1년이 다 돼 가도록 그 첫 번째 산을 넘기는커녕 한 발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현 상황에선 통합을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는 국민의당, 한국당과의 합당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같은당 지상욱 의원도 지난달 31일 뉴시스 기자와 만나 "보수는 언젠가 통합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지방선거 전 정치공학적으로 모이는 이런 식의 통합은 결국 국민들에게 버림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통합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식되는 상황 속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는 주요 이유가 소위 '밥그릇 싸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에서 일부 의원들이 바른정당으로 떨어져 나간 뒤 양당이 각 지역구에 새로운 당협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내부 교통정리를 완료한 상태인데 내년 선거를 앞두고 다시 두 당이 통합할 경우 해당 지역 공천을 바라보고 있던 관계자들은 예상에 없던 내부 경쟁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향후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한국당 내 일부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은 가속도가 붙고 있는 통합 논의에 내심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모양새다.
한 야당 의원은 "보수 통합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당협위원장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의 경우 해당 논의에 반대 의견을 가질 수 있다"며 "아직은 통합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지만 향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면 내부 갈등도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당 내에서는 친박들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이 통합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친박청산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현 상황이 가시방석일 수밖에 없다.
단 홍 대표는 친박계 인적청산 범위에 대해 "국정 지지세력과 파탄세력은 구분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과거 새누리당 시절 대표 등을 하며 6~8년 정도 당을 이끌었는데 지금의 한국당에 친박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수위 조절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바른정당에서도 반대 의견이 지도부 중심으로 나온다. 이들도 한국당과 재통합을 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느냐를 놓고 정치적 계산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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