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左) 지난해 8월 18일 새벽 '드루킹' 여론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관계자와 지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는 모습(右) [제공/연합뉴스]
[데일리매거진=김용환 기자] '드루킹'과 댓글 공모협의로 30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형사합의32부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두고 여당은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의 근무 인연까지 거론하면서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쟁점 현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가뜩이나 경색된 정국이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이란 초대형 돌발 변수로 앞날을 예측 할 수 없는 안개 속에 빠져들고 있다.
우선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자 헌정질서 파괴 행위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충격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은 '짜 맞춘 보복성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야당의 공세에 맞섰다.
▲사진=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판결”이라면서도 “최종 판결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사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제공/연합뉴스DB]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재판부는 그 허술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여러 오염 증거를 그대로 인정했다”며 “정해놓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사법 신뢰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최악의 판결을 내렸다. 특검의 짜 맞추기 기소에 이은 법원의 짜 맞추기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를 가동해 본격적인 사법개혁의 고삐를 조일 방침이어서, 이번 사태의 파문이 정치권을 넘어서 입법부와 사법부의 대립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태우·신재민 폭로 사건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 자유한국당 장제원·송언석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불거진 문제인 만큼 설을 앞두고 민심과 정국 기상도는 그야말로 짙은 안갯속으로 빨려들 조짐이다.
특히 야당이 지난 2017년 대선 여론조작 개입 주장을 부각하며 '윗선'인 청와대를 겨냥하는 모양새라 지난 대선의 정당성 문제를 놓고 여야 간 정면충돌도 예상된다.
김경수 지사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강 대 강 대치는 결국 2월 임시국회에도 악영향을 끼쳐 민생 현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 인사들 대부분의 의견이다.
이미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한 한국당과 한국당이 요구하는 '정쟁용 국회'엔 응할 수 없다는 민주당이 대결을 피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2월 국회는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날 여당인 민주당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야당은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자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파괴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덧붙여 김 지사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남도당 핵심 당직자 특강'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 지사가 댓글로 대선 여론을 조작하고 여론조작의 대가로 인사를 약속한 것은 민주주의를 유린한 중대한 범죄"라면서 "즉시 지사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드루킹을 처음에 모른다고 잡아떼던 김 지사는 앞에서는 정의를, 뒤에서는 조작한 민주주의 파괴자"라면서 "거짓 덩어리 김 지사는 부끄러움을 알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댓글 조작과 매크로 조작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반민주주의 행태"라며 "민주주의 폄훼에 대한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으로 당연지사"라고 강조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열린 2018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를 꾸려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법농단 세력의 인적 청산에도 방점을 찍었다.
민주당은 특히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인연을 고리로 '보복성 판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특검의 '짜맞추기' 기소에 이은 법원의 '짜맞추기'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을 통해 김 지사의 결백이 밝혀지고 무죄를 인정받을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선 사법부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에 제동을 걸기 위해 김 지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김 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을 계기로 사법개혁을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일부 야당에서 '대선 불복' 프레임을 짜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대선 결과의 정당성 문제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대통령 선거의 조직적 댓글 개입이 밝혀진 것으로 선거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당권주자들도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황교안 전 총리), "문재인정권 탄생의 근본을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오세훈 전 서울시장), "지난 특검이 김경수 위의 상선은 수사를 안 했다"(홍준표 전 대표) 등으로 대여 공격에 가세했다.
바른미래당 김 대변인도 "이제 김경수의 진짜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홍 수석대변인은 "이번 사법적 결과에 동의할 수 없어 대선 불복 프레임에는 단연코 반대한다"며 "사법부 판단을 100% 인정한다 해도 그것이 대선 불복 프레임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재판의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서 배당 사건마다 상당수의 구속영장을 발부했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지시한 혐의를 받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시키기도 했으며 '비선실세'논란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입학 및 학사 비리 혐의를 받는 최경희 당시 이화여대 총장의 구속영장도 그의 손에 의해 모두 영어(囹圄)의 몸이 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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