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청와대]
[데일리매거진=김용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지난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KBS 특집 '대통령에 묻는다' 대담에 출연해 각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간의 소회에 대해 "먼저 국민께 감사 인사부터 드려야겠다"며 "국민은 촛불혁명이라는 아주 성숙한 방법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저를 대통령으로 선택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한편 아쉬운 부분이 많고 보완할 과제도 많다고 느낀다"며 "앞으로 그 점에 더 집중해 우리 국민이 바라는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담의 최대의 관심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진행을 맡은 송현정 KBS 기자는 북한 발사체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는지를 첫 질문으로 선택했고, 문 대통령은 차분한 어조로 대담 전까지 파악한 상황, 북한의 의도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동시에 북한을 향해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싶다"며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북한이 '로키'로 미국·일본·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발사하고 있다"며 섣부른 대응을 자제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북한이 협상 판 자체를 깨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서 명확하게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대화의 테이블에 나올 것을 북에 촉구했다.
▲사진=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청와대]
"성장목표는 적어도 2.5~2.6%"
3월 수출·투자 회복 조짐 주목
경제 분야에 대한 관심도 주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한국경제 전망에 대해 "2분기부터 좋아지며 하반기에는 잠재 성장률인 2% 중후반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3% 감소하고 1년 전보다는 1.8% 증가하는 데 그친 데 대해 "걱정되는 대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의 (연간 성장률) 목표는 적어도 2.5∼2.6%(작년 말 정부 제시 목표는 2.6∼2.7%) 정도로, 앞으로 더 만회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비록 1분기가 부진했지만, 1분기 마지막 달인 3월 수출·투자지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극화가 심각하며 고용 증가가 주춤하며, 일자리를 더 늘려야 한다는 데 정부도 같은 인식을 하고 있고 (국민과) 똑같은 아픔을 느끼고 있다"고 통감했다.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 문 대통령은 "제조업을 혁신하고 고도화해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이 있고 신산업을 성장시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여전히 부족한 소방·경찰 등 공공일자리와 사회혁신 일자리 분야에서 일자리를 더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지난 9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를 TV로 시청하고 있다.
"이재용 만남엔 "재판은 재판, 경영은 경영"
"대통령과 가까우면 더 엄중히 재판받아"
문 대통령은 이날 대답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면 여부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재판이 확정되기 이전에 사면을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두 분 전임 대통령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한 분은 지금 보석 상태지만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또 한 분은 수감 중에 있다"며 "이런 상황에 대해 정말 가슴이 아프다"라며 "내 전임자이기 떄문에 내가 가장 가슴도 아프고 부담도 크다"고 언급했다.
다만 "아직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 속에서 사면을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적폐로 지목했던 대기업에 대한 인식 변화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최근 만났는데 부담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재벌성장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그런 것(부담되는 것) 아니냐는 두 가지 반응을 예상했다"며 "그렇게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재벌을 만나면 친재벌이 되고, 노동자를 만나면 친노동자 되나"라며 "그날 방문을 앞두고 국무회의에서는 대기업 오너들이 횡령·배임 죄를 저지르면 경영권을 가지지 못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이를 반 재벌이라고 한다면 그런 것은 상투적인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재판을 앞두고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이) 봐주는 것 아니냐,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재판은 재판이고 경영은 경영, 경제는 경제"라고 말했다.
▲사진=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를 마치고 진행자인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제공/청와대]
"패스트트랙은 법안 통과가 아닌 법안 상정"
"검찰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많은 기회 놓쳐"
문 대통령은 패스트트랙을 통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논의에 검찰이 반발하는 데 대해서는 "패스트트랙은 법안 통과가 아닌 법안 상정"이라며 "국회에서 두루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도 법률 전문 집단이고 수사 기구이므로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도, 수사권 조정도 검찰이 사정기구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 개혁 방안으로서 논의되는 것"이라며 "검찰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놓쳐왔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개혁의 당사자고, '셀프개혁'은 안 된다는 게 국민의 보편적 생각이므로 검찰이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관여한 조국 민정수석의 거취를 두고 정치권 진출 등의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 "조 수석에게 정치를 권유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가 권력기관 개혁"이라며 "정부 차원서 할 수 있는 개혁을 다 했다 생각하고, 법제화하는 과정이 남았는데 그것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진 송현정 KBS 기자가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을 차지했다. 이유는 송 기자의 진행에 대한 비난 여론이 나왔고, 이 여파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담은 검증된 실력을 가진 대담자와 하도록 해달라'라는 제목의 청원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글에서 "(송 기자의) 태도가 불량스럽고 표정은 불쾌함을 느끼게 했다"며 "대통령의 답변 도중 사회자가 말을 해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송 기자의 태도를 놓고 "문 대통령은 불쾌해하거나 하지 않았다"면서 "문 대통령은 오히려 '더 공격적인 공방이 오갔어도 괜찮았겠다'고 말씀을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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