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 은폐의혹…과실있나?

사회 / 정규남 / 2013-01-29 17:42:48
신고 시간 관계기관과 엇갈려…늦장 대처·사망자 방제복 착용 여부 등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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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와 관련한 SBS 보도

삼성 "은폐 사실 없다"
사망자 방제복 착용 여부 입장 번복

[데일리매거진=정규남 기자] 새벽에 일어난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에 대해 삼성 측이 사건을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늑장 신고 경위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불산 누출 사고 발생 10시간이 지난 후 대처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늦장 대처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삼성이 사고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7일 오후 1시 31분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생산 11라인에서 불산 희석액을 담아 놓은 탱크 밸브에서 누수가 발생해 이를 수리하던 관리운영사 직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밝힌 사고 발생 시각은 27일 오후 1시 31분이지만, 경기도청이 불산 누출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것은 28일 오후 2시 25분이다. 이 사고로 숨진 박모(34)씨가 사망한 후 해당 사실을 알린 것이다. 현행법 상(유해화학물질관리법 40조) 불산이 누출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당국,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사고가 발생한 지 25시간이 지나도록 불산 누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은폐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사고 발생 후 10시간 동안이나 누출 부위를 비닐봉지로만 막고 있었으며, 당시 불산이 누출된 생산 11라인에서 근무하던 50명의 직원에게도 대피 명령을 전혀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 전해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불산을 공급하는 협력사 STI서비스 직원 5명은 불산 누출 사고 다음날인 28일 오전 현장에 나와 밸브 개스킷 교체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은 보도자료를 통해 통상적인 유지보수 작업이었으나 작업 중에 누출된 화학물질로 오후 1시30분경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28일 오후 2시40분께 인허가 관청인 경기도청에 신고했다며 '은폐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밝힌 조치상황에 따르면 경기도청은 오후 4시10분경 재난대책과에서 소방본부로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에 대한 확인 요청을 했으며 수원 및 화성소방서는 2분 뒤 '불산누출사고와 관련한 신고내용이 없다'고 회신했다고 전해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늦장 대처 논란에 대해서도 "최초 이상 징후 발생 직후 노트 조임 등 1차 조치를 하고 밸브 교체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한 지 판단하기 위해 30분 단위로 지속적으로 점검했다"고 강조했으며, "유출된 화학물질은 폐수처리장으로 자동적으로 유입됨으로써 주변 확산 가능성은 없었다. 누출량도 소량이었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었고 사망자 발생 직후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29일 사고 현장에서는 국과수와 환경부 공무원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이 나와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으며, 경찰은 이날 새벽 협력업체 대표와 안전관리 책임자를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사고 현장 처리에 급급해 경황이 없어 신고할 생각을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사를 벌인 뒤 회사의 과실 유무에 따라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불산 유출 사고는 사망자 박모(34)씨가 방제복을 착용했는지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유족들이 박씨가 초반부를 제외하곤 줄곳 방제복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유족의 주장을 일부 시인했다.

29일 박씨의 유족들은 "STI서비스 동료 직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불산 유출이 경미했던 사고 초반기엔 (박씨가)가스마스크만 쓴 채 탱크룸에 들어간 게 맞지만 상황이 커진 후반부엔 방제복을 모두 착용하고 작업했다"고 주장했으며, "(박씨가) 나중에 현장에 들어갈 때는 연기가 뿌옇게 일 정도로 불산 가스 확산이 심각했다. 방제복을 아예 착용하지 않았던 것처럼 언론에 공식 발표한 STI서비스가 이를 번복하지 않을 경우, 장례를 치르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속인 게 아니라 기존 보고받은 사항이 '1명이 방제복을 입지 않고 작업했다'는 것이어서 그렇게 공표했던 것"이라며 "다시 확인한 결과 작업 초반부엔 박씨가 방제복을 입지 않았지만 후반부엔 입은 게 맞다"고 전하며 당초 박씨만 방제복을 입지 않아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입장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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