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긴장감 고조됐던 한반도 바꾼 ‘남북 고위급접촉’

국회·정당 / 최여정 / 2015-08-28 17:30:17
남북 관계개선 첫발…첫 관문은 이산가족상봉 문제

[데일리매거진=최여정 기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던 한반도. 전쟁 또는 평화라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남북은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극적인 전기를 마련한 계기는 판문점에서 4일간 진행됐던 고위급접촉.


남북은 고위급접촉에서 6개항으로 이뤄진 합의문을 도출해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월 25일 오전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지난 22일 오후부터 이날 0시55분까지 진행된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 및 6개항으로 이뤄진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북측은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또한 최근 발령한 준전시상태도 25일 해제하기로 했다. 북측의 이 같은 조치에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이날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양측은 또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도 다음달 초에 갖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자 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서울이나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김 실장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김 실장은 또 “이번 합의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데 대해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협상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협상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선 “우리가 고민한 것은 어떤 조건하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킬 것이냐였다”면서 “재발방지와 연계시켜 비정상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주는 등의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정부가 요구해온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문구가 빠져있는 데 대해서는 “그것이 (3항에 언급돼있는) ‘비정상적인 사태’와 다 연결돼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인한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으며 추후 당국회담에서 논의될 내용이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거기까지는 안 나갔다”고 답했다.


이 같은 합의문 도출로 인해 대결에서 대화의 장으로 첫발을 내딛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남측은 25일 정오를 기해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으며, 북측은 준전시상태 해제를 선언했다.


이번 합의는 절반 남은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 새로운 남북관계가 펼쳐질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많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북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자평하면서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남북이 합의한 구체적 사업들이 원활하게 추진돼 남북 긴장이 해소되고 한반도 평화와 발전을 위한 전기가 마련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간 대화의 움직임도 서서히 시작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28일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 7일 판문점에서 갖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대한적십자사는 오늘(28일) 오전 9시50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김성주 총재 명의의 통지문을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강수린 위원장 앞으로 보냈다”고 전했다.


정 대변인은 “통지문에서 우리 측은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합의한 대로 추석 계기 상봉을 포함한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다음 달 7일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타결에 대해 “남북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웠다”고 평가했다는 소식과 관련해선 “북한 스스로 8·25 합의가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울 전환적 계기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평가한다”며 “북한이 앞으로 스스로 합의한 내용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기대하고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남북 고위급접촉 이후 남북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 추진에 대한 북측의 진정성 여부에 따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관한 후속조치들의 명운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대한 후속조치의 1차 목표로 삼았다. 이산가족 상봉이 기정사실화되느냐에 따라 나머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후속조치들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조로 실무접촉도 제안한 상황이다.


특히,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여러 과제들 가운데 당장 구체적으로 실행가능하면서도 남북간 이견차가 크지 않은 게 이산가족 상봉이어서 남북 합의의 후속 조치의 1순위로 꼽은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일단락된 뒤에야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 두 사안 관련해 박왕자씨 사건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견지하고 있어 논의가 시작되기 전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접촉이 남북 관계개선의 첫발을 뗀 것으로 높게 평가하고 정상회담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즉,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기에 남북의 최고지도자들이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신중론도 나온다. 남북 합의가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것은 맞지만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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