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7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8차 촛불집회 ⓒ데일리매거진
[데일리매거진=소태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재의 탄핵심판 인용,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8차 촛불집회가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이날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근혜 즉각 퇴진 공범처벌·적폐청산의 날'로 집회를 명시하고 오후 5시부터 본집회를 진행했다.
이번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65만명의 시민이 모여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 오후 6시40분쯤 본집회 도중 '소등 퍼포먼스'를 진행해 단합된 촛불민심의 힘을 표현했다.
본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오후 7시부터 청와대, 헌법재판소, 총리공관으로 향하는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든 채 행진을 하면서 "박근혜 구속", "황교안 사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진='탄핵반대'를 외치며 청와대로 행진하는 보수집회 참석자들 ⓒ데일리매거진
보수단체들, 헌재·정부청사 앞 '맞불집회'…"탄핵 무효"
부산에서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를 중심으로 500여명이 버스 20대를 타고 상경, 서울에서 열리는 보수단체의 퇴진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박사모 등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오전 11시부터 헌법재판소로부터 약 100여m 떨어진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일대에서 박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대항해 태극기를 휘날리며 "탄핵 기각"을 외쳤다. 이들은 "헌정질서를 수호하자"면서 "국회는 해산하라"고 외쳤다.
▲사진=박사모 정광용 회장이 발언하고있다. ⓒ데일리매거진
정광용 박사모 중앙회장은 "최순실 사태를 맞아 거리로 처음 나왔을 땐 소수였지만 지금은 어떻냐"며 "지금까지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한 적이 없다. 서울 곳곳을 돌며 우리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오는 24일 오후 7시 서울 시청 앞 대한문에서 야광 태극기를 들고 모이겠다. 죽어도 좋지만, 뜻을 이루기 전에 죽을 순 없다"며 집회 참여를 호소했다.
새누리당 친박계 이우현 의원도 마이크를 잡고 "박 대통령이 만원짜리 하나를 받았냐. 김대중·노무현 때는 더 많은 비리가 있었는데 탄핵했었냐"며 "억지탄핵은 무효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 새누리당은 반성하고 대통령에게 칼 꽂은 의원은 당을 떠나기 바란다"고 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가 의결한 탄핵은 잘못된 것이고 헌재가 반드시 기각할 것"이라며 "좌파들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박 대통령을 버렸다고 선동했지만 아직도 대통령을 버리지 않은 시민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 재판관들이 흔들리지 않고 정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애국 시민들이 단결해야 한다"고도 했다.
발언에 나선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반국가 세력들이 나라를 뒤집으려 하고 있는데 가만 있어서야 되겠냐"며"태극기의 바람이 태풍이 돼 저 촛불을 꺼버리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를 마치고 오후 1시쯤 행진을 시작한 이들은 안국역 사거리와 동십자각을 지나 청와대 인근 국립민속박물관 앞까지 이동한 뒤 반환지점에 태극기와 장미꽃을 두
고 오는 '백만송이 장미 대행진'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행진 도중 가수 심수봉씨의 노래 '백만송이 장미'를 틀었다.
집회 후 이들은 오후 4시께 세종로소공원→서울역광장 구간 행진을 시작했다. 같은 시각 광화문 일대엔 촛불 집회에 참가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였지만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태극기로 삿대질했지만, 촛불 시민들은 "수고 많으십니다"라며 웃으며 대응했다. 일부 시민들은 '헌재도 박근혜 탄핵'이라고 적힌 팻말 뒤에 그려진 태극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사진=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 정치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먼저 온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야권 잠룡들, 주말 전국서 촛불집회·강연 등 대권 행보
야권 대선주자들도 국민과 함께 전국에서 촛불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7일 울산 롯데백화점 앞 광장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또 친박(친박근혜) 지도부를 선출했다. 개헌을 해서 친박 정권을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또 "촛불집회는 이제 겨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가결이라는 능선 하나를 넘었을 뿐"이라면서 "헌재의 탄핵 결정 때까지 계속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야권 핵심지인 광주를 찾아 촛불을 들었다. 그는 금난로 집회에서 "촛불 민심이 국회에서 탄핵가결을 압도적으로 하는 힘이 됐다"며 "아직도 5·18 정신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광주에서 "촛불집회는 5·18정신을 계승한 것"이라며 "5·18 정신을 받들어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시대를 열어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경북 구미에서 집회에 참석했다. 거리강연에 나선 이 시장은 "우리나라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경제·사회·관료 영역 중 경제 분야"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재벌을 만든 게 잘못된 첫 출발"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송년회에 참석했다. 이후 광화문 촛불집회를 찾았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광주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도 박 시장과 같은 날 광주를 찾아 촛불집회와 국민주권개혁회의 광주전남 보고대회 등 가지며 호남민심을 파고든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인 대구를 찾아 '민주-진보 진영의 대선승리 전략'을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를 갖는 것으로 주말 일정을 소화한다.
한편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 공동대표는 이번 주말엔 지역 방문 일정 없이 당분간 서울에 머무른다. 안 전 대표는 국회 의정활동과 토론회 일정 등을 소화하고 각계각층 인사들을 두루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권행보로 비칠 수 있는 지역방문보다는 국회의 탄핵안 통과 이후 불확실한 정국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하며 '기득권 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내놓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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